눈 먼 암살자

🔖 진실을 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쓰는 것을 아무도 읽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심지어 훗날의 나 자신조차도.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글쓰기가 오른손의 검지에서 흘러나오는 잉크의 긴 두루마리처럼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왼손이 그것을 지우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불가능한 일이다.


🔖 그러나 삶에서 비극이란 단일한 긴 비명이 아니다. 그것에 이르도록 만든 모든 것을 포함하는 것이다. 하찮은 매 시간, 매일, 매년, 그런 다음 갑작스러운 순간이 도래한다. 칼부림, 총알 발사, 다리에서 추락하는 차.


🔖 사진은 행복에 관한 것이고, 이야기는 그렇지 않다. 행복이란 유리벽으로 보호된 정원이다. 그곳으로는 들어갈 수도, 나갈 수도 없다. 낙원에는 이야기가 없다. 그곳에는 여로가 없기 때문이다. 상실과 후회와 비참함과 열망이 굴곡진 길을 따라 이야기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 우리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앎을 택하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불구로 만든다.


🔖 로라는 네가 생각해왔던 것과 다른 사람이고, 너 역시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존재란다. 그것은 충격적이지만 위안이 되기도 할 것이다. 예를 들자면, 너는 위니프리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리처드와도 그렇다. 네게 그리픈 가의 피는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았다. 네 진짜 할아버지는 알렉스 토머스고, 네 아버지는, 글쎄, 하늘만이 그 가능성의 한계가 되겠지. 부자, 가난뱅이, 거지, 성자, 수십 개의 출신 국가, 수십 개의 취소된 지도, 수백 개의 파괴된 마을들. 네 마음대로 고르렴. 그로부터 네가 물려받은 유산은 무한한 추론의 영역이다. 너는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스스로를 재창조할 수 있단다.

내가 네게서 무엇을 원하게 될까? 사랑은 아닐 것이다, 그건 너무 과분하다. 용서도 아닐 것이다, 그건 네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마도 그저 내게 귀기울여 주는 사람을 원할 것이다, 그냥 나를 바라봐 줄 누군가. 그렇지만 무엇을 하든 나를 미화하지는 마라, 나는 장식된 해골이 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나는 네 손에 나 자신을 남겨 둔다. 내가 달리 무엇을 할 수 있겠니? 네가 이 마지막 장을 읽을 때 내가 존재할 유일한 곳은 - 만일 내가 어딘가에 남아 있다면 - 바로 거기일 것이다.